본문 바로가기
건강/정신건강

[정신건강] 신경정신과 환자가 말하는 경험과 발병원인①

by 한량, 한냥 2024. 5. 30.
반응형

 

.

 

 

요즘 각박하고 힘든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있어 신경정신과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겪고 있기도 한 정신적 문제들에 대해서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이유로 수사를 피하는 일이 있어서 공황장애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한 번 발병하면 죽을 때까지 안고 가야 하는 힘든 것이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거랍니다. 주변에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 있거나 또는 혹시 나도 위험군인 것은 아닌지 궁금하거나 등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앞으로 이어질 포스팅들이 공황장애, 수면장애, 불안장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보를 드리는 글이지만, 특별히 먼저 제 얘기를 해 볼게요. 이유는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한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여러분은 공황장애로 떨어지기 직전, 낭떠러지에 서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 글을 읽고 얼마나 공감되시는지 확인해 보셨으면 해요. 제 경험 이야기는 앞으로 이어질 정신건강 관련 글들과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저는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그러다가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부서 이동을 하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2인분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직장인 분들은 아실 거에요. 별의별 경우가 다 있죠.) 그 때부터 일을 쳐내도 쳐내도 계속 쌓이고, 번아웃이 시작되었어요. 저는 티를 안 낸다고 했는데 제가 힘들어하는 것이 티가 나고 말았는지 2년쯤 뒤 부서를 다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부서에 와서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했어요. 그도 그럴 것이, 기존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맨땅에 헤딩도 자신있고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문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상사에게 미운 털이 박혀버린 거에요.

 

제가 그냥 마음에 안 드셨는지, 제 업무스타일이 마음에 안 드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쓰는 기획안과 보고서의 작은 부분들을 하나하나 지적하기 시작하셨어요. 처음에는 상사가 저를 성장시켜주는 조언이라고 생각하고 달게 받았는데, 무언가 잘못되고 있었어요. 질책하는 목소리와 눈빛, 한숨,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 가끔은 소리를 지르셨죠. 저는 점점 위축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기획안이 수정에 수정을 거쳐 제가 썼던 초안으로 돌아오는 것이 몇 번 반복되고, 말도 안 되는 수정을 하게 될 때가 되어서야 상사가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가끔 전문가가 자문으로 일정 기간 일하러 오기도 해요. 어느 날은 자문위원님의 근무 기간이 끝나 소소한 환송회를 하고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물음에 자문위원님은 상투적인 인사를 하셨고, 이 말은 꼭 해야겠다며 말을 이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분은 저를 바라보며 칭찬의 말을 건네셨어요. 힘든 일을 맡았는데 매 순간 흐트러지지 않고 계속 밝게 일하는 것은 대단한 거라고요. 저는 그 칭찬을 듣고 눈물이 날 것 같았고 어쩔 줄 몰랐어요. 평소의 저였다면 와 정말요? 감사합니다! 하고 끝났을 텐데, 그 때의 저는 너무 위축되어 있었고 자존감도 바닥을 치고 있었거든요. 그런 칭찬을 듣기엔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거에요. 그 순간 상사의 표정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분께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저는 가스라이팅이 정확히 뭔지 몰랐지만, 지금 보니 이게 가스라이팅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제가 맡은 일은 자세히 밝힐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바로 징계를 받거나 소송당할 수 있는 업무였어요. 차라리 혼자 하는 업무였다면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거에요. 하지만 저는 약 20명의 사람들을 이끌고 사소한 부분까지 문제가 없도록 해야 했고, 코로나 시국까지 겹쳐 상황이 정말 좋지 않았습니다. 퇴근하고 나서도 핸드폰으로 중요하고 긴급한 업무 전화가 오고, 해결하지 못한 일이 있으면 잠자리에서 계속 생각하다가 일하는 꿈을 꾸곤 했어요. 24시간 일을 하는 셈이었죠. 이 때 수면장애와 불안장애가 생겼던 것 같아요. 일하거나 고민하느라 잠을 제때 자지 못했고, 깊게 잠들지도 못했고, 매 순간이 불안과 걱정의 연속이었죠.

 

그렇게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에 다시 정기 인사 이동이 있을 거라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번 인사 이동에는 우리 상사도 포함되어 있을 거라고 했죠. 정말 얼마나 기대했는지 몰라요. 그리고 그 바람은 이루어졌습니다. 상사는 다른 곳으로 인사 이동을 했어요. 그리고.... 예상하셨나요? 회사에서 악명 높은 사람이 새로운 상사로 부임했습니다.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제 경험과 발병 원인을 다음 글에서 이어 작성해 보도록 할게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